비너스 가라오케 회고록 한편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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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 출장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젊을 적엔 밤새 술잔을 비워도 다음날 멀쩡햇는데 이제는 하루만 무리해도 며칠을 앓아눕지요 그래도 하노이에 오면 꼭 한번은 회포를 풀어야 직성이 풀리는 법이라 거래처 사람들과 저녁 자리를 마련햇습니다 오랜만의 외출이라 설레는 마음 반 걱정 반이엇습니다
나서기 전에 환전부터 해두엇는데 이 나라 돈은 단위가 어찌나 큰지 몇장 바꾸엇을 뿐인데 지갑이 두툼해져 마치 부자라도 된 듯한 착각이 들더군요 젊은 친구들은 그 모습을 보고 사장님 오늘 한턱 단단히 쏘시겟다며 농을 치기에 다같이 한바탕 웃엇습니다 그렇게 기분 좋게 길을 나섯지요
택시를 탓는데 기사가 길을 영 못 찾더군요 하노이 구시가지 골목이 어찌나 비슷비슷한지 같은 자리를 두번이나 지나치고서야 겨우 간판을 발견햇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거리는 오토바이 행렬로 가득하고 후끈한 밤공기에 온갖 음식 냄새가 뒤섞여 들어오는데 그것마저 이국의 정취려니 햇습니다 베트남에서 길 찾는 일은 늘 사람 인내심을 시험하는 일이지요 기사도 멋쩍게 웃고 저도 웃고 그렇게 한바탕 소동 끝에 무사히 도착해 한시름 놓앗습니다
들어서니 직원이 정중하게 맞아주고 환한 룸으로 안내해주더군요 우리 일행이 여섯이엇는데 넉넉한 방으로 잡아주어 비좁다는 느낌이 전혀 없엇습니다 자리에 앉으니 시원한 물수건부터 내어주는데 그 작은 배려가 참 마음에 들엇습니다 세트로 주문하니 양주와 안주가 단정하게 차려져 나왓고 차림새가 점잖아 윗사람 모시기에도 부족함이 없엇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초이스를 보고 즐거워하기에 저는 한켠에서 술잔이나 기울이며 흐뭇하게 바라보앗습니다 분위기를 어색하지않게 잘 이끌어주어 처음 온 사람도 금세 편안해지더군요 노래도 한 곡 청햇는데 옛 가요까지 두루 갖춰져 잇어 오랜만에 목청을 돋우니 세월이 거꾸로 흐르는 듯한 기분이 들엇습니다 곁에 잇던 친구가 박수까지 쳐주니 어깨가 으쓱햇지요
한참을 즐기다 계산을 햇는데 처음 들은 금액에서 한치도 어긋남이 없엇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정직함이 무엇보다 고맙더군요 행여 바가지를 쓸까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되니 술자리 내내 마음이 한결 편햇습니다 셈을 마치고 나오는 발걸음이 가벼웟습니다
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거래처 사장이 슬며시 제 잔을 채워주며 늘 신세만 진다고 인사를 건네더군요 이런 자리에서 서로 마음을 트는 것이 사업하는 사람들 정이지요 술기운이 적당히 오르니 평소 못하던 속이야기도 한두마디 오갓고 그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가 한뼘 가까워지는 듯햇습니다 룸 분위기가 차분하면서도 흥이 잇어 그런 대화를 나누기에 안성맞춤이엇습니다
거래처 사람들도 더없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헤어졋고 다음에 하노이에 오면 또 들르자는 말을 서로 남겻습니다 헤어지는 길에 거래처 사장이 제 손을 꼭 잡으며 오늘 참 좋앗다 인사하는데 그 한마디에 먼 길 온 보람이 다 느껴지더군요
늙은이의 회포 풀기에 이만한 곳이 또 잇을까 싶으니 저와 비슷한 연배의 형님들께 조용히 권해봅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어색하지 않을까 망설이는 분이 잇다면 걱정 마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천천히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자리엿습니다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창문을 살짝 여니 밤공기가 선선하게 들어오는데 기분이 한층 좋앗습니다 오랜만에 사람 사는 맛을 본 참으로 흡족한 저녁이엇습니다 형님들도 하노이 들르시거든 하룻저녁 이렇게 보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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