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나트랑 와서 혼술세트 시킨 형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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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고워리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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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들 나 이번에 연차 몰아서 나트랑 혼자 왔다 원래 넷이 오기로 했는데 하나는 여친이 막고 하나는 회사가 막고 나머지 하나는 그냥 잠수를 타버려서 결국 나 혼자 됨 비행기에서 옆자리 커플이 서로 사진 찍어주는거 구경하다가 이미 멘탈 한번 나갔음 (참고로 나는 셀카봉도 없다)
깜라인 공항 문 열고 나오는 순간 느낀건 덥다가 아니고 뜨겁다임 얼굴에 헤어드라이기 대는 느낌 나고 셔츠가 등에 딱 붙어서 떨어지질 않음 택시 기사가 창문 다 열어놨길래 에어컨 좀 켜달라니까 웃으면서 이게 자연 바람이라고 함 형 여기 사십도야 자연 바람이 아니라 그냥 열풍이라고
중간에 환전소 들러서 백불 바꿨는데 종이 뭉치를 한 다발 주길래 순간 내가 벼락부자 된 줄 알았다 알고보니 그냥 영이 많은거였음 첫 이틀은 계산할 때마다 영 세느라 손가락 접었다 폈다 하고 있었고 나중에야 뒤에 셋 지우고 세는 요령이 생겼다 ㅋㅋㅋ 여행 절반은 이걸 익히는 데 썼다고 봐도 됨 그 와중에 편의점에서 물 한통 사면서 오만짜리 내밀었다가 직원이 잔돈 세는 동안 내가 더 긴장하고 있었다 뭔가 죄지은 것도 없는데 손에 땀이 남
숙소에 짐만 던져놓고 저녁에 비엣투 거리로 나갔다 리버티 호텔 이층에 가라오케가 있다는 글을 보고 갔는데 호텔 로비 들어가는 순간부터 내가 여기 오는게 맞나 싶어서 프론트 직원이랑 눈이 세번 마주쳤다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엘리베이터 탔음 (이게 혼자 온 놈의 숙명이다)
근데 막상 들어가서 혼자 왔다고 하니까 놀라지도 않고 그냥 자리로 안내해줌 여기 혼술세트라는 게 진짜로 있더라 소주 하나에 맥주 여덟캔 기본안주까지 붙어서 이백오십 이걸 보는 순간 아 나 말고도 이런 사람이 있었구나 싶어서 묘한 동질감이 올라왔다 세상에 혼자 가라오케 오는 형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눈물이 앞을 가림
룸 들어가니까 밖은 사십도인데 안은 에어컨 바람에 소름이 쫙 돋고 소파는 차갑고 스피커에서는 베트남 노래가 나오는데 뭔 노랜지는 모르겠고 리듬은 좋았음 안주로 나온 마른 오징어를 씹으면서 혼자 박수치고 앉아있는 내 모습이 유리에 비쳤는데 그건 좀 안 봤어야 했다 티씨 붙일까 하다가 두시간에 백이십이라길래 잠깐 고민하다 그냥 혼자 마시기로 결정 결과는 소주 반병에 맥주 네캔 여덟캔은 나 같은 놈한테는 그냥 사기다 (남은 맥주 두고 나오는데 진심 아까워서 뒤를 돌아봤음)
그래놓고 마이크 잡고 이승철부터 김광석까지 혼자 세시간을 불렀다 중간에 직원이 문 열고 괜찮냐고 물어보길래 손가락으로 브이 했음 다음날 목이 완전히 쉬어서 그랩 기사한테 목적지를 손짓으로 설명했고 기사님이 나를 아주 안쓰럽게 쳐다봤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혼자 온 나트랑에서 제일 재밌던 밤이었고 일행 없다고 포기하는 형들 그냥 가라 아무도 신경 안 쓴다 개꿀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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